[신간] 가장 느리게 수영하라고? 더 어렵네~ <거북이 수영클럽>

정욱 기자 | 기사입력 2020/06/17 [17:03]

[신간] 가장 느리게 수영하라고? 더 어렵네~ <거북이 수영클럽>

정욱 기자 | 입력 : 2020/06/17 [17:03]


[시사뉴스24 정욱 기자] “우리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할 거예요. 레인을 따라 한 바퀴 쭉 걸어갔다 오시구요. 그다음에는 그냥 다 같이 물에 둥둥 떠 볼 거예요.”

 

선생님의 말에 수강생들 모두 앞 사람의 등을 보며 느릿느릿 수영장을 한 바퀴 돌았다. 다리에 기분 좋게 감기는 물을 느끼며 레인을 걷는 할머니들처럼. 그다음엔 물을 이불 삼아 물 위에 엎드렸다. 아, 물 위에 떠 있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정말 죽을 것처럼 힘들고, 숨 막히는 것만은 아니구나. 버둥대지 않아도 되는구나.(26-27쪽)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그런데 간혹 뭐든지 잘 해내야 하는 프로페셔널의 세계에서 질식할 것처럼 숨 막히는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런 때에는 ‘피아노든 캘리그래피든, 그게 뭐든 퇴근길 각자의 탈출구에서 실컷 딴짓을 한 뒤에야 다음날 다시 차가운 일상으로 뛰어들 힘이 생기는 법’이다.

 

동아일보 13년차 기자인 이서현 저자는 접영을 못하는 3년차 수영인이다. 어린 시절 남들 뛰어놀 때 책만 읽느라 수영을 배우지 못했다. 운동 신경이 부족하고 몸과 마음이 유연하지 못하다. 서른 중반 예기치 않은 인생의 풍랑을 만나면서 수영이 최고의 생존 비법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을 차근차근 익혀가며 물속으로 풍덩 뛰어드는 시간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중이다. 접영을 잘 하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 꿈이다.

 

신간 ‘거북이 수영클럽’은 업무, 육아, 운동 모든 순간마다 힘을 잔뜩 주며 달려온 작가 이서현이 수영을 시작하고 일상의 여백을 회복해 가는 이야기다. 허리 디스크와 갑상선암 콤보에도 매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느끼고 싶어 수영장으로 달려간 저자는 여전히 평영과 접영 앞에 작아지는 수린이(수영+어린이, 수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초보자)다.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는 수영장. 수영 코치인 록쌤은 빠르게 앞으로만 가려고 아등바등하는 저자에게 말한다. “레인에서 가장 느리게 수영하는 사람보다 더 느리게 간다고 생각하고 해 보세요.” 일간지 기자인 이서현 작가에게 인생은 늘 100m 전속력 달리기 같은 것이었다. 1m를 가더라도 있는 힘껏 팔을 젓고 발을 찬 그에게 ‘가장 느린 사람보다도 더 천천히’ 가라는 말보다 어려운 것은 없었다. 하지만 저자는 비로소 잠시 멈춰 서 인생이라는 코스의 진짜 결승점이 어딘지 살피게 되었다. ‘일부러 느리게 사는 삶’은 여전히 너무도 어렵지만 수영장에서 만큼은 느리게 가는 자신을 참아 볼 생각이다. 아마추어에게만 허용되는 킥판을 꼭 붙들고, 진도가 느려도 진득하게, 속도가 느려도 끝까지 가기 위해.

 

거북이 수영클럽에는 (본인이 가입한지 모르고 있는)멋진 수영인들이 가득하다. 40대 젊은 놈들 사이에서 새벽반 1번을 사수하는 엄마. 온 힘을 다해 플립턴을 연습하는 70대 할머니. 무릎 튀어나온 면바지와 사원증을 벗어던지고 커다란 패들을 차고 수영하는 부장님. 아마추어 수영 대회 6위의 기쁨을 만끽하는 수린이. 100세가 넘어서도 수영 유망주를 꿈꾸는 할아버지.

 

레인 안에서 북적이며 헤엄치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슬며시 미소가 흐른다. 이서현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우리에게도 옮겨 와 모두가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처럼 수영하기를, 일상의 무거운 감정들을 전부 물속에 흘려보내기를 응원하게 된다.

 

책을 읽고 추천사를 써준 저자의 지인들은 ‘수영의 재발견’에 무릎을 쳤다.

 

이서현이 바라보는 수영과 삶은 닮았다. 일상이라는 저항이 몸을 가로막지만, 그 속에서 자신만의 발차기와 스트로크에 집중해야 한다. 가쁜 숨을 고르며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기적처럼 물속을 날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기를 응원하게 된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황선우 작가

 

누군가의 딸이고, 누군가의 엄마라면 수영을 몰라도 잘 읽히는 책이다. 수영을 배워나가는 이야기 속에 저자가 지내온 시간이 오롯이 담겨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엄마와 함께 수영을 했기에 책을 보며 공감되는 이야기에 눈물도 나고 웃음이 나기도 했다. 수영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위로가 되는 휴식을 선물할 책이다.
YS swim 김예슬 대표


수영장에서 귀여운 수린이(수영+어린이, 수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초보자)를 발견한 느낌이다. 나에게도 수영은 여러모로 소중한데, 다른 수영인이 수영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지켜보니 역시 각자 다른 소중한 포인트들이 있구나 싶어 신기한 기분도 든다. 삶의 많은 조각들을 수영에 비유하여 재미있게 풀어내 수영을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주변에 수영을 권하고 싶을 때마다 수영이 내게 주는 위로와 감동을 전달하기 어려웠는데, 이 책이 내 마음을 대신 써준 것 같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박가가 오늘도 수영일기> 박새미 작가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최근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