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느 대학병원의 배신

엄병길 기자 | 기사입력 2019/12/31 [09:45]

[기자수첩] 어느 대학병원의 배신

엄병길 기자 | 입력 : 2019/12/31 [09:45]

[시사뉴스24 엄병길 기자] 감기 같은 가벼운 증상에도 큰 병원으로 몰려가는 사람들로 인해 대형병원들은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하물며 대형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암 같은 큰 병에 걸리면 주위의 병의원들을 제쳐놓고 멀리 떨어진 큰 병원을 찾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의료장비를 잘 갖추고 있고 의사도 많고 규모가 큰 병원이 더 신뢰가 가기 때문이다. 특히 의대가 있는 대학의 병원은 높은 신뢰도의 상징과도 같다.

 

그런데 최근 천안의 한 대학병원에서 이러한 신뢰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일이 발생했다. 이는 비단 의료과실 의혹 때문만은 아니다. 실수보다 더 환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 바로 거짓말이다.

 

혜화의료원 산하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은 얼마 전 왼쪽 얼굴마비 환자 A씨의 오른쪽 얼굴 에 침을 놓았다가 환자가 항의하자 곧바로 사과하고 침을 모두 뽑은 뒤 다시 왼쪽 얼굴에 침을 놓아 의료과실 의혹이 제기됐다.

 

A씨는 병원 측에 강력하게 항의했고, 침을 놓은 의사는 물론이고 그 상급 의사, 원무과 직원, 간호사 등 항의를 받은 병원 구성원 모두가 하나 같이 사과했다. A씨에 따르면, 심지어 침을 놓은 인턴의 상급 의사는 A씨 병실로 직접 찾아가 “(환자가 많아)복잡해서 그렇게(침을 잘못 놓게) 됐다”면서 침을 잘못 놓은 이유까지 설명하며 수차례 사과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환자가 퇴원하고 취재가 시작되자 병원 측은 “왼쪽 안면마비 발생시 오른쪽에 침을 놓는 치료법은 급성기가 지나 이완기나 회복기에 많이 사용하는 치료법”이라며 잘못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환자가 오른쪽 얼굴 부분에 침을 맞고 퇴원하기까지, 그리고 통원치료를 받을 때도 병원 구성원 그 누구도 ‘적절한 치료법’이라고 말한 사람이 없었는데 뒤늦게 딴소리를 하는 것이다.

 

만일 병원 측의 이러한 해명이 맞다면 문제는 오히려 더욱 심각해진다. 의사가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를 행하던 중 환자의 단순 오해로 인한 항의에 다른 치료법으로 바꿨다는 설명이기 때문이다. 

 

A씨는 이 날을 제외하고는 입원 및 통원 치료 기간 내내 단 한 번도 환부의 반대편에 침을 맞은 적이 없다. 또 A씨는 2011년에도 오른쪽 얼굴 마비 증세로 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는데, 이 때도 반대편에 침을 맞은 기록은 없다.

 

아무리 유명세가 높은 대형 병원도 의료과실이나 의료사고가 없을 수는 없다. 다만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환자가 느끼는 병원에 대한 신뢰도는 천양지차다. 환자의 목숨을 다루는 병원은 신뢰가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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