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 천안시장 항소심 첫 공판…재판부 ‘송곳 질문’ 변호인 ‘무죄 주장’

엄병길 기자 | 기사입력 2019/05/08 [11:49]

구본영 천안시장 항소심 첫 공판…재판부 ‘송곳 질문’ 변호인 ‘무죄 주장’

엄병길 기자 | 입력 : 2019/05/08 [11:49]

 

▲ 구본영 천안시장이 8일 대전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을 마치고 재판정을 나서고 있다. © 시사뉴스24

 

[시사뉴스24 엄병길 기자] 수뢰 후 부정처사, 정치자금법 위반,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구본영 천안시장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 8일 대전고등법원에서 열렸다.

 

구 시장은 제6회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2014519일 김병국씨로부터 후원금 명목으로 현금 2천만 원을 받고 김씨를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에 임명한 혐의, 그리고 천안시체육회에 박모씨를 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준명)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는 특히 재판부가 구본영 시장에게 여러 차례 직접 송곳 질문을 이어가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 부인 500만 원 수수 처음엔 왜 몰랐다고 했나?”

구 시장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잘 안나 약간 변형됐다

 

재판부는 구 시장에게 부인(OO)이 김병국씨로부터 500만 원을 받은 것과 관련해 경찰 진술과 언론 발표를 통해 받은 사실을 몰랐다고 했는데, 한밤중에 급박하게 돌려준 것을 어떻게 모를 수 있나라고 물었고, 구 시장은 경찰 조사 당시 하도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잘 안 나서 생각을 더듬는 과정에서 약간 변형이 됐다처음에는 부인이 500만 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몰랐고, 김병국씨에게 2천만 원을 돌려준 후 다시 김씨를 만났을 때 부인에게 500 만 원을 줬다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서 집에 와서 집사람을 다그쳐 그 밤에 빨리 주라고 했다. 그래서 밤중에 급히 돌려주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짓말탐지기 구본영 거짓, 김병국 진실

 

재판부는 또 김병국 씨에게 2천만 원을 되돌려 준 뒤 다시 받았다는 혐의와 관련한 경찰의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구본영은 거짓, 김병국은 진실반응이 나왔다고 말하자 구 시장은 거짓말탐지기 조사 때 돈 봉투를 처음 줬던 상황을 자꾸 연상시키는 문구가 있었다. 그래서 질문이 이상하다는 내용을 (조서에)기록해 달라고까지 했다제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소심하다. 이런 문제가 있을 때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자신이 없었으면 거짓말탐지기에 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돈 받았다” vs “후원금 한도에서 줬다고 생각했다

 

재판부는 구 시장이 김씨를 처음 만난 날 돈을 받은 점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돈을, 그것도 서류봉투에 줬으니 꽤 많은 돈을 준 것 같은데 받아도 된다 생각했나라고 물었고, 구 시장은 선거법에 의한 후원금(500만 원 이하)을 주는 줄 알고 받았고, 회계책임자에게 줬더니 액수가 넘는다고 해서 바로 돌려주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2천만 원이 오간 것 때문에 김병국씨를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으로 임명해 준 것 아니냐고 물었고, 구 시장은 만일 그런 명목으로 받았다면 처음부터 김병국씨를 상임부회장으로 임명했을 텐데, 다른 사람을 검토했었다돈 받고 자리를 약속한다는 것은 제 양심상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가 재차 돈 관계가 없으면 김병국씨를 인수위 자문위원이나 체육회 상임부회장에 임명할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물었지만 구 시장은 김병국씨가 지역 유지라고 하고, 체육계에서도 (김씨 임명을)환영한다고 생각해 임명한 것이지 돈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과거 쪼개기 후원금 받았었다” vs “몰랐다. 오히려 내가 피해자

 

재판부는 후원금 한도가 넘을 경우 500만 원 이하의 여러 명의로 나눠 받는 쪼개기 후원금사건으로 구 시장 측근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까지 언급하며 이번에는 왜 안 받았는지물었다.

 

재판부는 “2천만 원을 4개로 쪼개 합법적 형태를 띄게 하면서 받을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묻자 구 시장은 선거법을 철저히 지키려 했고, 준비했던 것이 있어 자금이 쪼들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김모 기업인이 (구 피고 캠프에)2천만 원을 4개로 쪼개서 후원한 사건(현재 대법원 계류 중)이 있었던 것으로 재판 기록이 있고, 구 피고는 이 기업인과 식사도 같이 했다고 지적했고, 구 시장은 쪼개서 들어온 것을 전혀 몰랐고, 기업에서 주는 돈은 안 된다고 직접 얘기 했었다. 오히려 저는 피해를 봤다고 항변했다.

 

구 피고가 직접 후원금 받고 직접 돌려준 것 문제없어” vs “기부자-지정권자 직접 접촉은 뇌물 될 여지 있어

 

1심에서 유죄를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도 재판부와 구 시장 변호인 간 공방이 펼쳐졌다.

 

변호인은 후원금 반환주체를 후원회 회계책임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이 규정이 신설된 2005년 당시에는 후원회만 기부 받을 수 있도록 돼 있었기 때문에 후원금의 반환 역시 후원회 회계책임자가 하는 것이 당연했다. 즉 후원회 회계책임자 외 다른 사람이 후원금을 상환한다는 상황 자체를 상정할 수 없었던 것이라면서 구 피고는 김병국씨로부터 받은 후원금이 한도를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고 곧바로 반환을 지시했고, 30일 내 전액 반환했다. 직접 돌려주면 되지 굳이 후원회 회계책임자를 통해 줘야 하는 법률적, 논리적 이유가 없고 상식적으로 봐도 타당하지 않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아울러 변호인은 선관위에 정치자금법 관련 규정과 지침이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과거에는 후원회라는 일원화 된 통로로만 후원금을 받을 수 있게 하다가 후원회 지정권자(구 시장)가 직접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줬지만, 불법 후원금임을 안 날로부터 30일 이내 또는 후원회 자격요건 상실일(선거당일)까지 빨리 조치를 취하도록 기한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있다편의상 지정권자도 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되 기부자와 지정권자가 직접 접촉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 입법취지라고 해석했다.

 

이어 재판부는 변호인은 받은 돈을 그대로 돌려줘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주장하는데, 불법으로 들어온 돈을 쓰고 다른 돈으로 갚아도 된다면, 불법으로 들어온 돈을 쓸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런 부분이 허용될 수 있는지 다음 재판기일까지 입장을 밝혀달라고 변호인 측에 요청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기부하려는 자와 지정권자의 직접 접촉은 뇌물이 될 수 있어 직접 접촉을 방지하고 회계투명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입법취지라며 지정권자도 후원금을 직접 받는다면 뇌물을 합법적으로 열어주는 것이다. 후원회 제도 취지에 비춰 양립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김병국씨 구 시장 측이 돈 달라고 정식 요청한 적은 없다

 

김병국씨는 구 시장이나 구 시장을 소개시켜 준 사람으로부터 돈을 달라는 공식적인 요청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다.

 

처음 구 시장에게 2천만 원 줄 때 후원금 명목이었는지 또는 대가를 바란 것이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김씨는 “(구 시장 선거 캠프가 경제적으로)어렵다고 해서 돈을 건네줬고, 구 시장(당시 후보)이 당선되면 체육회 쪽을 도와드리겠다고 하고 준 것이라며 구 시장이 돈을 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한 적은 없고, 명목을 특정한 것이 아니라 선거에 두루두루 쓰라는 취지로 줬다고 말했다.

 

후원회 계좌 생기기도 전에 후원금 받았다또 다른 쟁점 될 듯

 

6회 지방선거에서 구 시장의 후원회 계좌가 처음 생긴 날이 2014521일인데, 구 시장(당시 후보)은 이보다 이틀 앞선 519일 김병국씨로부터 2천만 원을 받은 점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재판부는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다음 재판일까지 양측이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 김병국씨 기자회견 문제 있다김씨 앞으론 삼가겠다

 

이날 공판에서 재판부는 1심 선고공판 이후 김병국씨가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주장을 드러낸 데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재판부는 이번 재판에서 김병국씨 진술의 신빙성이 핵심 키인데, 김씨 진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1심 판결 결과라면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은 법치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김씨는 천안시민에 알리고자 기자회견 한 것이지 1심 판결에 불만을 나타내거나 재판부를 흔들 의도는 없었다앞으로는 기자회견을 삼가겠다고 밝혔다.

 

1심은 벌금 800만 원그대로 확정되면 시장직 상실

 

앞서 지난 116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수뢰 후 부정처사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벌금 800만 원에 추징금 2천만 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피고인은 후원회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정치자금 2천만 원을 받은 후 후원회를 둘 수 있는 자격을 상실하는 날까지 후원금을 회계책임자에게 전달하지 않았으므로 정치자금법 451항 위반죄가 성립된다면서 “2천만 원 반환경위에 대한 피고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고, 피고인이 정치자금을 기부 받은 그 자리에서 후원금의 정확한 액수를 알지 못했다거나 추후 후원금 상당액을 반환했다는 사정은 정치자금법 위반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출직 공무원이 공직선거법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된다.

 

다음 공판은 626일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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