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난독증이라고요?

엄병길 기자 | 기사입력 2021/01/12 [14:21]

우리 아이가 난독증이라고요?

엄병길 기자 | 입력 : 2021/01/12 [14:21]

[시사뉴스24 엄병길 기자]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한글을 떼고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그러나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생이 되도록 한글을 유창하게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한 학생이 의외로 많다.

 

어려서 한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지능이 매우 낮은 경우가 아님에도 글을 익히거나 읽고 이해하는 데 문제가 있다면 난독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난독증은 매우 특별한(지능 수준이 낮은) 아이들에게서만 나타나는 증상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매우 높은 비율을 보인다. 실제 (사)대한난독증협회(회장 현상태)가 충남 천안시 2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난독증 위험도를 평가하는 척도검사를 실시한 결과 난독증 개선 훈련이 꼭 필요한 경우가 16%(고위험군 11%, 해당군 5%)나 됐다.

 

 난독증 개선 훈련을 받고 있는 학생들. © 시사뉴스24

 

난독증이란?

 

난독증은 언어처리와 관계된 두뇌의 신경학적인 문제로 인해 충분한 교육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글을 읽는 과정에서, 단순히 글을 읽지 못하는 것뿐 아니라 글을 읽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즉 글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또래에 비해 읽기 능력이 매우 부족한 것이다.

 

한글을 해득하지 못했다고 해서 모두 난독증은 아니다. 어려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지능이 매우 낮아 한글을 해득하지 못한 경우는 난독증으로 보지 않는다.

 

대한난독증협회 조상호 사무총장은 “한글은 표기체계가 투명한 글이기 때문에 경계선 지능 수준으로 지능이 낮은 경우에도 글을 배우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며 “따라서 특수반이 아닌 아동이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갈 때까지 한글 미해득이라면 난독증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난독증 개선 훈련 받았더니…놀라운 읽기 능력 향상

 

대한난독증협회가 천안시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천안지역 2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난독증 척도검사를 실시한 결과 응시인원 383명 중 61명(16%)이 개선 훈련이 필요한 ‘고위험군 또는 해당군’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검사 대상인원 383명 중 난독증 정상군 66.8%(256명), 저위험군 17.2%(66명), 고위험군 11.0%(42명), 해당군 5.0%(19명)로 집계됐다.

 

이에 난독증 정밀진단 후 A초교 15명(3~6학년), B초교 17명(5학년)을 대상으로 10회(회당 90분)에 걸쳐 ‘단어를 이해하며 리듬 있게 읽는 습관’을 만들어 주는 난독증 훈련을 실시했다.

 

약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이뤄진 훈련의 결과는 놀라웠다.

 

A초 학생들은 ‘1분간 정확히 읽은 단어(어절) 수’(K-WCPM)가 훈련 전 78.74개에서 훈련 후 91.86개로 늘어났다. 오류어절 수도 3.35개에서 1.45개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B초 학생들의 K-WCPM도 훈련 전 90.54개에서 훈련 후 105.54개로 증가했고, 오류어절 수는 3.69개에서 1.37개로 감소했다.

 

난독증 개선 훈련 결과에 대해 현상태 회장은 “평균 K-WCPM가 초등학교 3학년 86어절, 4학년 99어절, 5학년 108어절, 6학년 113어절”이라며 “대부분이 고학년인 2개 초등학교 학생들이 난독증 개선 훈련을 통해 13~15어절이 증가했으므로, 약 1년 6개월 동안 쌓을 실력이 한꺼번에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안시의회 복지문화위원회 이준용 의원. © 시사뉴스24

 

‘천안시 난독증 아동‧청소년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천안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난독증 검사와 치료가 이뤄진 것은 지난해 관련 조례가 제정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천안시의회 복지문화위원회 이준용 의원이 대표발의 한 ‘천안시 난독증 아동‧청소년 지원에 관한 조례’가 지난해 6월 제정됐다.

 

이 조례는 난독증 아동·청소년의 치료를 위해 예산을 지원하고, ‘천안시 난독증 아동·청소년 지원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조례 제정 첫 해인 지난해 천안시는 2천만 원의 예산을 세워 2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난독증 척도검사를 실시하고, 위험군 또는 해당군으로 분류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선 훈련을 실시했다. 그러나 시범실시 이후 관심 부족 탓에 위원회 설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준용 의원은 “난독증이 있음에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저소득층 등 생활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 대해 천안시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대한난독증협회 현상태 회장(왼쪽)과 조상호 사무총장. © 시사뉴스24

 

일선 학교의 관심 절실

 

현재 학생들의 난독증 검사나 치료는 대부분 이에 관심이 있는 개별 학교 단위로 이뤄지고 있다.

 

일선 초중고는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 향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난독증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학생들에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도 성과는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난독증이 있는데, 그에 맞는 치료를 등한시하기 때문이라고 현상태 회장은 설명한다.

 

현상태 회장은 “대다수 교사와 학부모들은 난독증이 있는 학생들을 ‘공부를 열심히 안 한다’, ‘개인적인 노력이 부족하다’, ‘성격이 이상하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며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시절에는 난독증이 있어도 머리가 좋거나 개인적인 노력으로 공부를 잘 할 수도 있지만, 점차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업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문제 행동을 일으키고 친구들을 괴롭히는 등 문제아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난독증이 있는 학생들의 약점을 고려하지 않은 학습은 효과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현 회장은 난독증을 해결하는데 있어 학교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사 입장에서는 난독증 문제에 관심을 가져봐야 일거리만 늘어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나마 몇몇 학교는 난독증에 관심을 갖고 검사와 치료에 적극적인데, 이런 학교가 많이 생겨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터뷰 말미 현 회장은 꼭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하는 분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 협회가 천안지역 2개 학교를 대상으로 난독증 척도검사 및 개선 훈련을 하기까지 해당 학교 교장 선생님과 담당 교사의 도움이 컸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외부인이 학교를 방문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던 상황이었고, 기본 업무 외의 일거리가 많이 생기게 됨에도 불구하고 이들 학교에서는 교장 선생님과 담당 교사를 중심으로 필요성을 인식하고 적극 나서줬습니다.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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