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의무이수 봉사활동…학생은 ‘부담’ 기관은 ‘고역’

봉사활동 장소 부족 심각…학교는 ‘소양교육 나 몰라라’

정은지 정욱 기자 | 기사입력 2019/03/07 [15:12]

[기획특집] 의무이수 봉사활동…학생은 ‘부담’ 기관은 ‘고역’

봉사활동 장소 부족 심각…학교는 ‘소양교육 나 몰라라’

정은지 정욱 기자 | 입력 : 2019/03/07 [15:12]

[내포/천안=시사뉴스24] 정은지 정욱 기자 = 3년간 60시간. 전국 중학생들이 교과 외 성적인 봉사활동에서 만점을 받기 위한 시간이다. 1년 단위로 나누면 365일 중 채 24시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학생들이 느끼는 부담은 상상 이상이다. 방학이 되면 봉사활동 전쟁을 치르는 중학생들. 올 여름방학에도 수많은 학생들이 봉사활동에 나설 것이다. 매년 되풀이 되는 봉사활동의 문제점과 실태를 봉사활동에 나선 학생들과 봉사활동기관 관계자를 통해 살펴보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본다.

 

의미부여 없는 시간 때우기 봉사활동 전락

 

봉사활동을 학생부 기록을 위한 시간 단위로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채 단순히 점수를 받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천안시 두정동에 사는 중학생 박 모(14)군은 봉사활동을 왜 하느냐는 질문에 솔직히 대답했다. 박 군은 봉사활동을 할 때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학생부에 들어갈 봉사활동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봉사활동 할 시간에 공부를 하거나 게임을 하며 노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청소년 봉사를 받는 쌍용동 모 아파트의 경로당 담당자는 학생들의 봉사활동 참여에 대해 손자 같은 학생들이 와서 봉사활동을 해주면 참 고맙고 기특한데, 종종 증명서를 위해 시간만 때우려는 학생들도 있어 안타깝다봉사활동은 두 팔 벌려 환영하지만, 마음 없이 시간만 채우기 위해서 하는 무늬만 봉사활동에는 우리도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봉사활동 가면 찬밥 신세, 봉사인정 안 되는 기관도

 

의무적인 봉사활동에 나서는 학생들의 불만도 크다. 특히 봉사활동 시간보다 봉사활동 장소를 찾기 위해 소비하는 시간이 더 많다고 말했다.

 

불당동에 사는 중학생 이 모(15)양은 지난해 여름방학 경찰서에 봉사활동 문의 전화를 했더니 아침 일찍 나오라 해서 갔는데, 막상 나가보니 해야 할 일이 없고 이미 봉사활동을 하는 다른 학생이 많아 대기만 하다 봉사활동 시간도 못 받고 돌아온 적이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 양은 이어 그 당시 개학이 코앞이라 문의하는 곳 마다 봉사활동 학생이 넘쳐났고, 봉사활동 시간은 채워야 하는데 우체국이나 경찰서, 동사무소 등 관공서에 사정을 이야기 했지만 싸늘한 답변만 돌아왔다고 푸념했다.

 

이 양과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최 모(15)양은 이 양과 달리 일찌감치 봉사활동을 했지만, 시수가 인정되지 않는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해 개학을 앞두고 이 양과 다시 봉사활동을 했다.

 

최 양은 동네 어린이집에서 3일 동안 17시간 봉사활동을 하고 확인서를 받아갔는데, 봉사활동 인증이 되지 않는 기관이었다봉사활동 인정 여부를 미리 알려주든지 시간도 없는데 두 번 고생 했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일부 기관들, 청소년 봉사활동 부담

 

학생들의 봉사활동을 받는 관공서 및 기관도 청소년 봉사활동에 대해 부담감을 나타냈다.

 

천안서북경찰서 관계자는 봉사활동 학생들이 오면 적극적으로 시킬 게 없다경찰서 청소는 용역 아주머니가 담당하고 있고, 간단한 서류정리나 교통지도를 시키는데 서류정리의 경우 아이들이 맡아서 할 수 있는 서류가 한정되어 있고, 교통지도는 안전상의 문제로 직원이 대동해야 하기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개학이 다가오면 봉사활동을 하기 위한 학생들로 넘쳐난다. 자리를 구하지 못한 학생들은 경찰서 직원을 붙잡고 경찰서까지 나왔으니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인정해 달라며 떼를 쓰기도 한다학생들의 딱한 사정을 잘 알지만 봉사활동을 하지도 않은 학생에게 인증서를 발급해주기엔 양심에 가책을 느껴 꺼리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백석동의 우편집중국 관계자는 학생들이 오면 우편물 분리 작업을 시키고 있는데 일손을 덜어줘 좋긴 하지만 봉사활동 성격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이 들 때도 있다대부분의 학생들이 일회성에 그치거나 봉사활동 자체를 귀찮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털어놨다.

 

봉사활동 장소 부족현상 심각

 

 

충남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자원봉사활동 인증기관 수는 2018년 말 기준 충남 855개 중 천안시에 264개소로 봉사활동 시수를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는 천안시 중학생 수 4만여 명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동지역 같은 경우는 상대적으로 나은데 읍·면 지역 청소년들의 경우 봉사활동 소재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렵다인증기관을 관리하는 봉사활동인증센터에서도 청소년들이 성인이 아닌 만큼 각별한 관심이 필요해 봉사활동 인증기관 수를 무턱대고 늘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도서관이나 관공서는 연중 봉사활동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지만 학기 중에는 봉사활동 시간과 학교 수업시간이 겹쳐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다. 따라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놀토나 방학을 이용해 봉사활동을 하게 되며, 이 때문에 봉사활동 장소 부족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개학을 앞둔 시점에는 교육청과 시청 자원봉사센터 등 봉사활동 관련 기관에 학생들의 문의가 집중된다.

 

천안시 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방학이 시작될 때 자원봉사 모집 공고를 띄우면 소식이 뜸하다가 개학을 앞두고 문의 전화가 빗발친다대뜸 봉사거리를 달라는 학생들을 보면 무례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벼락치기 봉사 활동에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고 귀띔했다. 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우러나야할 봉사마저도 점수화 시키고, 어린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교육실태가 더 문제라고 밝혔다. 또한 이런 문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개학에 임박해 벌어지는 봉사전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봉사활동 소양교육 충실해야

 

청소년 봉사활동은 청소년들에게 지식의 현장을 적용, 배움을 체험하는 활동을 통해 타인이나 지역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공동체의식 함양과 인성교육 차원에서 마련됐다. 1995531일 교육 개혁안을 통해 청소년 자원봉사를 점수화해 생활기록부에 기록, 상급학교 진학시 반영하기로 했다.

 

자원봉사활동은 대학에서도 입학전형자료로 활용하거나 정규 과목을 개설, 학점을 부여하는 대학도 생기게 됐으며 이러한 제도를 계기로 청소년 자원봉사 참여율은 빠른 속도로 증가해 왔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게 증가했다. 봉사활동에 나서는 청소년이 많아지자 봉사활동 장소 부족 및 겉핥기 봉사활동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더불어 봉사활동확인서 발급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많다. 따라서 내실 있는 봉사활동을 위해서는 학교에서 충분한 소양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봉사활동을 신청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봉사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조차 없다자원봉사센터 홈페이지의 자원봉사 안내 페이지에 봉사기관 설명 및 주의점을 안내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모 재활원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는 사전지식 없이 무턱대고 찾아오는 학생들도 문제지만 봉사활동의 의미조차 교육하지 않고 학생들을 내모는 학교가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학교가 충분한 사전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충실하게 봉사활동에 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각 학교에 봉사활동 전문가를 배치해 소양교육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지적에 교육청 관계자는 봉사활동 소양교육은 학교별로 학년 초 2시간을 배정해 실시하고 있다학교별 현실에 맞게 개별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2시간의 소양교육으로는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의 전반적인 의미조차도 일깨우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학교에서 이뤄지는 봉사활동 소양교육은 전문가에 의해 이뤄지는 곳이 극히 드물고, 지도교사도 대부분 학급의 담임교사가 맡기 때문에 봉사활동의 전문지식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채 지도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는 대부분의 학교 관계자는 봉사활동 소양교육 강화를 위해 교사를 대상으로 봉사활동 연수를 강화하거나 봉사활동 전문가의 순환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봉사활동에 나서는 청소년을 위해 적절한 방법을 각 학교와 협의하겠다소양교육과 더불어 생활지도를 통해 바람직한 청소년 봉사활동을 유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시절 학생자원봉사활동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인생의 지침서가 될 것이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합심해 지적했던 문제점을 해결해 준다면 흥미 반 재미 반 시작했던 청소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명감과 진실 된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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